나이가 들어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사무직은 계속하기 싫으니 저도 자꾸 남들이 많이 따는,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자격증에 끌리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인중개사였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자격증을 전전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마음으로 시작한 도전이었습니다.
● 자격증 취득 시기로 선택한 이유
공인중개사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겠습니까. 게다가 경기를 많이 타는 직업이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폐업하는 중개업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런 시기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기가 나쁠 때 자격증을 따두면, 나중에 경기가 살아났을 때 남들보다 먼저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습니다. 당장 개업할 것은 아니었고, 간호조무사 자격증처럼 든든하게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공부량도 많고 어렵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저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인터넷 강의 수강 방식과 학습 중단
여러 인터넷 강의 사이트 중 TV 광고로 유명한 곳 말고 다른 사이트를 골라 수강을 시작했습니다. 이용자가 꽤 많은 곳이었는데, 저만 몰랐지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트였습니다. 그곳에는 1년 동안 들을 수 있는 수강권과 합격할 때까지 들을 수 있는 수강권이 있었고, 한 번에 합격하면 수강료를 환급해 주는 제도도 있었습니다.
저는 1년권을 선택했습니다. 한 번에 합격하겠다는 큰 목표는 없었지만, 두 번 들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합격하든 안 하든 1년간 강의를 들어보고, 떨어지면 그다음부터는 책으로 공부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나름 현실적인 계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예상보다 높았던 학습 난이도
그런데 소문대로 내용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책도 엄청나게 두꺼웠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간호조무사 학원처럼 억지로라도 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잘 외워지지도 않고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강의도 지겨워지면서 제대로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억지로 버티는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넷 강의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더니 정말 그랬습니다. 그래도 해보려고 앞부분은 열심히 들었지만,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많고 공부할 내용은 끝없이 쌓여만 갔습니다. 결국 좀 쉬었다가 하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잠시 내려놨습니다. 이 자격증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그 많은 내용을 다 공부해서 땄는지 존경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저에게는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 학습 중단 직후 접하게 된 강의 사이트 폐업 소식
그런데 공부를 내려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와, 또 돈을 날렸나' 싶었습니다. 몇십만 원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으니까요.
사이트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계속 수강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공지를 올려두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었던 공부였는데, 사이트까지 사라진다는 소식에 완전히 맥이 빠졌습니다. 굳이 다른 사이트에 가서 새로 듣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부동산 공부를 그냥 접어버렸습니다. 집에는 아직 그때 산 책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제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법은 자주 개정되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 바뀐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그새 몇 년이 지났으니 얼마나 많은 내용이 바뀌었을지 생각하면 이제는 책을 다시 펼쳐볼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환불을 받으려는 노력도 따로 하지 않았고, 그렇게 수강 기간은 그냥 끝나버렸습니다.
● 준비 부족 상태에서의 시험 응시 결과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시험 접수는 하고 실제로 시험장에도 갔습니다. 가기 전까지 갈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혹시 찍어서라도 붙을지 누가 아나' 하는 마음으로 결국 갔습니다. 사실 찍어서 합격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시험은 너무너무 어려웠습니다.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모르는 문제였습니다. 전부 찍었는데도 시간이 남을 정도였습니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오면서도 이번 생에 이 자격증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다른 수험생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시험이 쉽게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있는데, 저는 1차에서 떨어졌으니 2차는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부동산 공부는 이제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돌이켜보니, 돈은 날렸어도 시험장 분위기라도 한번 겪어본 것이 아예 헛된 경험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돈과 시간을 들인 만큼 아쉬움도 크지만, 적어도 이런 방식의 공부는 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도 시험장 안에서만큼은 나이도 경력도 상관없이 다들 똑같이 긴장한 얼굴이었던 것이 지금도 웃음으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