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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돈을 내고 배운 운동, 수영

by 윤이 나는 인생 2026. 8. 31.

제가 지금까지 배운 것 중 유일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배운 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수영입니다. 자격증도, 취업도 목적이 아니었던 몇 안 되는 배움이라 지금 생각해도 조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스무 살 무렵부터 가끔 숨이 끝까지 들이마셔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 느낌이 점점 잦아져서 스물셋쯤 결국 내과를 찾았습니다. 병원에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 의사 선생님은 운동을 해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어떤 운동이 좋을지 여쭤보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수영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숨이 답답해서 찾아간 병원에서 물속에서 숨 쉬는 운동을 권유받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신기합니다.

수영장

● 다리 위를 지날 때마다 들던 생각

사실 그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리 위를 지날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다리가 무너져서 물에 빠진다면, 수영을 못하는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마침 운동을 배워보라는 말을 듣고 이참에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수영을 등록했습니다. 오래 미뤄왔던 숙제를 해치우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이었으니, 지금도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널 때면 가끔 그때 생각이 납니다. 자유형으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배영으로 물에 떠 있을 수도 있으니 예전처럼 막막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배운 대로 몸이 움직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많이 줄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수영을 배운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 마주한 수영장 풍경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때는 아침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베테랑 분들이었고, 저는 완전 초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 어색했습니다. 발이 바닥에 닿는 얕은 곳인데도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니 괜히 긴장이 됐습니다. 옆 레인에서는 연세 있으신 분들이 쉬지 않고 몇 바퀴씩 도는데, 저는 킥판을 꼭 붙잡고 몇 미터 나가는 것도 벅찼습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물에 들어가 발차기를 하다 보면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저는 레인 구석에서 발차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킥판을 잡고 물에서 발차기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 호흡법을 하나씩 배웠습니다.

 

물에 뜬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는데,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하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몸치라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정확한 자세로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비슷하게는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유형과 배영을 차례로 배웠습니다. 자유형을 배울 때는 팔을 젓는 타이밍에 맞춰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 호흡을 맞추는 것이 저에게는 꽤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배영으로 넘어가니 얼굴이 계속 물 밖에 나와 있어서 그런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마음 편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 평영에서 만난 첫 번째 벽

문제는 평영부터였습니다. 개구리처럼 팔을 움직이고, 몸을 들고, 다리를 움직이고, 몸을 숙이는 네 가지 동작의 박자를 맞춰야 했는데, 저는 이 박자가 좀처럼 맞지 않았습니다. 물을 차고 나아가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서 꽤 고생했습니다. 팔과 다리를 따로 할 때는 그럭저럭 됐는데, 막상 함께 움직이려니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박자를 맞추는 데만 상당한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에는 어떻게든 박자를 맞춰 앞으로 나아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다리 힘이 약해서 속도는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안 될 것 같던 것을 결국 해냈다는 데에서 나름의 성취감은 있었습니다.

● 결국 저를 그만두게 만든 접영

평영을 어찌어찌 통과하고 나서 접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접영은 지금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안 됐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거의 던지듯이 밀어주며 감을 잡게 해 주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평영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해냈는데, 접영은 아무리 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계속 도와주시는데도 다음 진도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자꾸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데 저 혼자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조급함도 밀려왔습니다. 결국 저는 수영을 그만뒀습니다.

● 지금도 남아 있는 아쉬움

지금 생각해 보면 접영을 굳이 완성하지 않더라도 다시 초급반으로 돌아가거나 자유형만 계속 연습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런 선택지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진도를 나가지 못하면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에만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영뿐 아니라 다른 배움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나아가지 못하면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접영을 못 해도 자유형과 배영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진도를 따라가는 것만이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주변에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을 보면 오리발까지 사용하는 고급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몇 년을 꾸준히 배운 분들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때 접영 앞에서 포기했던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합니다. 지금도 수영을 다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수영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서 수강 등록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언젠가 다시 수영장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진도에 쫓기지 않고 숨을 편하게 쉬는 법부터 천천히 다시 익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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