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천연 화장품을 직접 말들어 쓰던 때, 레시피대로 만들어보고 알게 된 것들

by 윤이 나는 인생 2026. 10. 21.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동안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이 많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직접 만든 화장품 사진과 레시피가 날마다 올라왔고, 화장품 재료를 파는 사이트에서도 재료마다 사용법과 레시피를 함께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무렵 카페에 가입하고 재료 사이트를 드나들며 화장품을 만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원하는 원료만 골라 넣고 싶었던 이유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토피가 있었고, 저도 피부가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화장품을 고를 때마다 성분표를 들여다봤지만, 이름도 어려운 성분들 사이에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안 맞는지 알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원하는 원료만 골라 넣어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도 한몫했습니다. 기능성 원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화장품은 금액이 훌쩍 올라갔습니다. 만드는 일이 귀찮기는 해도, 원료를 직접 사서 넣으면 훨씬 저렴하게 쓸 수 있겠다는 싶었습니다. 내 피부에 맞는 원료를 찾아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잘 만들게 되면 예쁜 용기에 담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해 주고 싶었습니다.

 

성분표를 보다 보면 좋다는 성분은 아주 조금 들어 있고, 나머지는 잘 모르는 성분들로 채워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광고에서는 특정 성분을 크게 내세우는데 정작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만들면 적어도 무엇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제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피부가 예민한 가족이 있다 보니 그 점이 가장 끌렸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저도 따라 할 수 있었던 레시피

처음에는 화장품을 만든다는 게 거창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카페와 재료 사이트를 둘러보니 설명이 생각보다 자세했습니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는지, 어떤 순서로 섞는지까지 하나하나 적혀 있어서, 아무것도 몰랐던 저도 레시피만 보고 따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재료 사이트에는 처음 보는 원료 이름이 가득했습니다. 오일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였고,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원료도 이름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레시피에 적힌 재료를 그대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다행히 원료마다 어떤 피부에 좋은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설명이 붙어 있어서 몇 번 들여다보다 보니 이름만 보고도 대강 어떤 원료인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도구와 기본 재료를 갖추느라 돈이 꽤 들어갔습니다. 저울과 비커, 담아 둘 용기까지 하나씩 사다 보니 화장품 몇 개 값은 금방 넘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갖춰 두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필요한 원료만 조금씩 사면 되었습니다.

 

만들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질감이었습니다. 같은 액체 재료라도 유화제를 섞지 않으면 스킨처럼 묽었고, 유화제를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로션이 되기도 하고 크림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게에서 사던 스킨, 로션, 크림이 전혀 다른 물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 끗 차이로 나뉜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레시피에서 거듭 강조하던 것도 있었습니다. 도구와 용기를 깨끗하게 소독할 것, 그리고 만든 화장품은 되도록 빨리 쓸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만든 화장품에는 파는 화장품만큼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으니 오래 두고 쓰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만들기보다 조금씩 자주 만들어야 했습니다. 만드는 일이 귀찮게 느껴졌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것이었습니다.

핸드메이드화장품

이름만 연고였던 아이들의 한방 밤

아이들을 위해서는 한방 원료를 사서 연고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이 연고였을 뿐 진짜 약은 아니었고, 바르는 밤 형태의 화장품이었습니다. 늘 신경 쓰이던 아이들 피부에 직접 고른 원료로 만든 것을 발라 줄 수 있다는 게 처음에는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발라 보니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원료를 넣었다고 해도 약이 아니라 화장품이니까요.

 

더 마음에 걸린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만들었는데도, 아니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이걸 아이 피부에 계속 발라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시피대로 만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만든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몇 번 발라 주다가 그만두었습니다.

 

파는 화장품은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집에서 만든 화장품은 레시피와 제 눈이 전부였습니다. 제가 쓰는 것과 아이에게 쓰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달랐습니다. 제 피부라면 한번 써 보고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되지만, 아이 피부에는 그렇게 시험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원료를 골라 넣는 것과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EGF와 펩타이드를 넣어 만든 제 화장품

제 화장품도 만들었습니다. 저는 EGF나 다른 펩타이드 성분을 넣은 화장품을 만들었습니다. 완제품으로 살 때는 이런 성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가격이 꽤 비쌌는데, 원료로 사니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넣는 것도 아니어서 원료 하나로 여러 번 만들 수 있었습니다.

 

원료를 사러 들어가면 이것저것 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성분도 좋다고 하고 저 성분도 좋다고 하니 한꺼번에 넣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성분이라고 많이 넣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레시피마다 넣는 양이 정해져 있었고, 그 양을 넘기지 않도록 저울로 조금씩 재어 가며 넣었습니다. 기능성 원료는 아주 적은 양만 들어가서, 작은 원료 한 병으로도 꽤 오래 쓸 수 있었습니다.

 

비싼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 쓴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문제는 제 피부였습니다. 직접 만든 화장품을 쓰는 동안 피부가 점점 건조해지고, 트러블이 올라올 것 같은 조짐이 보였습니다. 어떤 재료가 맞지 않았던 건지, 만드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건지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피부가 예민해서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피부가 불편해지니 더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화장품 만들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만들게 되면 선물도 해 주고 싶었지만, 만든 저조차 맞지 않는 화장품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물하겠다는 마음도 접고, 화장품 만들기도 그만두었습니다.

만들기를 그만둔 뒤에도 남은 것

만들기는 그만두었지만 계속 쓴 재료가 있었습니다. 화장품 재료 중에는 다른 재료에 첨가해서 써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대로 피부에 발라도 되는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액체라서 스킨 대신 쓰거나 스킨과 로션 사이에 한 번 더 발랐습니다. 만드는 수고 없이 원하는 성분만 골라 쓸 수 있으니 저에게는 이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쓰던 스킨이 떨어지면 그 재료를 대신 바르기도 했습니다. 따로 섞거나 만들 필요가 없으니 귀찮을 일도 없었고, 무엇을 바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은 그대로였습니다. 화장품을 직접 만들면서 원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결국 이렇게 남았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저와 맞지 않았지만, 원료를 골라 쓰는 방식은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화장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제 피부를 바꿔 주지는 못했지만, 화장품을 보는 눈은 조금 바꿔 주었습니다. 스킨과 로션과 크림이 어떻게 다른지, 비싼 기능성 화장품의 가격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보려는 분이 있다면, 처음부터 도구를 모두 갖추기보다 적은 양으로 먼저 만들어 보고 내 피부에 맞는지 확인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나 예민한 피부에 쓸 때는 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직접 만든 화장품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려면 별도의 등록이 필요하니, 집에서 쓰는 정도로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궁금해서 시작했던 다른 배움들은 [지금까지 배워 온 이야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인생 N회차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