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이직을 생각합니다. 지금 일이 싫어서라기보다, 언젠가 퇴사하게 될 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더 있었으면 해서입니다. 오랜 경력단절을 겪어 보니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얼마나 막막한지 잘 압니다. 그래서 어떤 게 도움이 될지 몰라 자격증을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주택관리사도 그렇게 알게 된 자격증입니다. 몇 년 전 [공인중개사]를 알아보면서 부동산 관련 자격증을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그때 주택관리사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둘을 놓고 고민하다가 공인중개사를 선택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제 이름으로 사무실을 차릴 수 있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수입도 주택관리사보다 높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늘 이사를 다니잖아요. 집을 구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일이 끊기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주택관리사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입니다. 단지의 시설 관리, 관리비와 회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지원, 주민 민원까지 아파트 관리 전반을 맡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는 주택관리사나 주택관리사보를 관리사무소장으로 둬야 합니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찾는 자격증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알아 둘 점은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주택관리사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험에 합격하면 먼저 '주택관리사보'가 되고, 관리사무소장 경력처럼 정해진 실무 경력을 쌓아야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자격이 나오는데, 주택관리사는 시험 뒤에도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응시 자격에는 학력이나 나이 제한이 없어서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시험은 1년에 한 번, 보통 1차는 6월, 2차는 9월에 치러집니다. 올해 2026년 제29회 시험도 이 일정으로 이미 끝났으니, 준비하신다면 내년 시행계획 공고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 시험 과목과 합격 기준, 2차가 다른 이유
1차 시험 과목은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민법입니다. 2차는 주택관리관계법규와 공동주택관리실무이고, 1차에 합격해야 2차를 볼 수 있습니다. 1차에 합격하면 다음 해 시험에 한해 1차가 면제되니, 1차를 먼저 붙고 2차는 다음 해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고, 같은 해에 합격을 목표로 1, 2차를 같이 준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목 이름을 보는데 민법에서 멈칫했습니다. 공인중개사 1차에도 민법이 있거든요. 그때 산 두꺼운 책은 아직 집에서 먼지가 쌓여 가고 있고, 부동산 공부는 다시 안 하겠다고 다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주택관리사도 결국 절반이 법 과목이었습니다.
남은 한 과목인 공동주택시설개론은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건물의 구조와 급수·배수, 난방, 전기, 소방, 승강기 같은 설비를 두루 다룬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장이 건물 설비까지 알아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의외였는데, 생각해 보면 아파트에서 물이 새거나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제일 먼저 연락하는 곳이 관리사무소입니다. 사무직으로만 일해 온 제게는 세 과목 중 가장 낯선 과목일 것 같았습니다.
합격 기준은 1차와 2차가 다릅니다. 1차는 과목마다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하는 절대평가입니다. 2차도 기본 기준은 같지만, 선발예정인원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기준 점수를 넘은 사람이 선발예정인원보다 많으면 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자를 정합니다. 평균 60점을 넘은 사람이 선발예정인원보다 적으면, 과목마다 40점 이상 받은 사람 중 점수 순으로 인원을 채웁니다. 그래서 2차는 내 점수뿐 아니라 그해 다른 수험생들의 점수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2차에는 주관식 단답형 문제도 섞여 있어서 답을 정확히 외워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 전산세무를 공부해 본 제가 본 회계원리
1차 과목 중에 제 눈에 들어온 건 회계원리였습니다. 회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으로 자주 꼽힌다고 합니다.
저는 [전산세무 2급]을 독학으로 준비했던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부기를 배웠으니 조금은 기억나겠지 싶어서 바로 전산세무 2급 책을 폈는데, 첫 장부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결국 전산회계운용사 책을 따로 사서 기초부터 다시 공부했습니다. 기초를 잡고 나서야 전산세무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고, 3개월 정도 공부해서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그 경험 때문인지 주택관리사 회계원리가 어떤 과목인지 조금은 짐작이 됐습니다. 회계원리는 재무회계뿐 아니라 원가·관리회계도 다룬다고 하는데, 전산세무 2급 이론에도 원가회계가 나옵니다. 회계를 한 번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처음 보는 과목처럼 막막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계를 처음 공부한다면, 저처럼 기초 없이 바로 시험 문제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분개 같은 기초부터 먼저 익히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사실 주택관리사를 알아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회계를 배워 뒀으니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였습니다. 관리사무소장 업무에는 관리비와 회계가 들어가니까요. [전산세무를 따고 회계 업무를 했던 회사]에서 저는 결산을 직접 해 보지 못한 게 늘 아쉬웠는데, 수백 세대의 관리비를 다루는 일이라면 배운 회계를 제대로 써 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아파트 회계는 일반 회사 회계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복식부기로 장부를 쓰는 큰 틀은 같지만, 아파트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을 따로 따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목적입니다. 회사는 이익을 내려고 회계를 하지만, 아파트 관리비는 쓴 만큼 주민들에게 나눠 걷는 돈이라 이익이 남지 않게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쓰는 계정과목도 다릅니다. 관리비는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승강기유지비처럼 법령에서 정한 항목으로 나눠야 합니다. 공동주택에는 장기수선충당금도 있습니다. 나중에 엘리베이터 교체나 외벽 도색 같은 큰 수리를 하려고 매달 조금씩 모아 두는 돈인데, 일반회사와 달리 법으로 적립하게 되어 있습니다. 관리비 고지서에서 늘 보던 이름인데, 회계 쪽에서 보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는 해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관리비 내역도 주민들에게 공개됩니다. 회사에서 금액을 잘못 입력할까 봐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저로서는, 주민 모두가 보는 장부라는 게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시험에서 배우는 회계와 실제 관리사무소에서 쓰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전산세무를 공부하고 회사에 들어갔을 때도 책에서 본 것과 실제 업무가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주택관리사도 시험에 붙은 뒤에 현장에서 다시 배워야 할 게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분개와 계정과목이 무엇인지 아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관리사무소를 보며 드는 두 가지 마음
그래도 이 일을 쉽게 생각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관리소장님이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보면 그 많은 주민을 상대하는 게 참 힘들어 보입니다. 주차, 층간소음, 관리비, 공사 소음까지 민원의 종류도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주민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텐데, 그 사이에서 일을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도 관리사무소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에 전기 차단기가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이유를 몰라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에서는 그건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어떤 도움도, 안내도 해주지 않아 마음이 상했었습니다. 그 원인을 제가 직접 찾기는 했지만, 원인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선을 긋는 느낌이어서 한동안은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그때는 서운한 마음만 컸는데, 주택관리사를 알아보고 나니 그쪽 입장도 조금은 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요청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이 되는 자리이니까요. 제가 관리사무소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당장 주택관리사를 준비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일을 꼭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언젠가 퇴사하게 되면 선택할 수 있는 길로 알아 둔 것에 가깝습니다. 나이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시험이고, 전산세무로 쌓은 회계 기초도 쓸 수 있는 자격증이라 목록에서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배움이 언제 도움이 될지는 지나 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자격증, 교육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용사(일반) 자격증 실기 과제와 비용, 추천 받았던 미용 (0) | 2026.09.14 |
|---|---|
| 반찬조리사 자격증 대신 반찬 실무과정, 한식조리사를 배웠지만 음식은 남편이 합니다. (0) | 2026.09.13 |
| 학점은행제 사회복지사 2급 취득 방법과 보육교사 중복 과목 정리 (0) | 2026.09.11 |
| 요양보호사 교육시간과 간호조무사 단축과정, 병원 실습에서 매일 본 요양보호사 (0) | 2026.09.11 |
| 학점은행제 학위 요건과 자격증 학점인정, 보육교사를 준비하며 알게 된 제도 (0) | 2026.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