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배워 두고 싶다는 생각은 경력단절 기간 내내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래서 [도배를 배웠고], 지금도 가끔은 용접을 배워 볼까 생각합니다. 머리 하러 다니는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도배나 용접보다 이미지가 딱 미용이에요. 미용을 배워 보세요."
처음에는 미용은 절대 못한다며 웃고 넘겼습니다. 도배를 배운 것도 손으로 하는 기술이 있으면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용접도 같은 이유로 떠올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용은 벽이나 쇠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기술이라, 같은 기술이라도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말이 계속 생각나서, 결국 미용사 자격증을 검색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웃고 넘겼지만, '미용을 배우고 나면 혹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씩 스쳐 지나갔습니다. 오랫동안 제 머리를 맡겨 온 분의 말이라, 제 이미지가 진짜 미용인가 싶기도 했고요. 생각해 보면 미용은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추천받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날 이후 미용사 자격증을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알아볼수록 준비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고, 제게 맞는 길인지 확신도 서지 않았습니다.

● 미용사(일반) 시험 방식, 실기는 다섯 과제
헤어 자격증의 정확한 이름은 미용사(일반)입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증이고, 응시 자격 제한이 없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같은 미용사라도 피부는 [미용사(피부)], 메이크업은 [미용사(메이크업)]로 따로 나뉩니다.
필기시험은 CBT 방식이고 4지선다 60문항을 60분 동안 풉니다. 헤어스타일 연출, 두피·모발 관리, 공중위생관리, 화장품 같은 내용이 나오고 60점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시험이 연중 여러 차례 상시로 열려서 일정 잡기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진짜 관문은 실기입니다. 사람 모델이 아니라 통가발 마네킹으로 보고, 약 2시간 30분 동안 다섯 과제를 차례로 해냅니다.
1 과제는 두피 스케일링과 백샴푸(15분)입니다. 2 과제는 헤어커트(35분)로 이사도라, 스파니엘, 그래쥬에이션, 레이어 중 하나가 나옵니다. 3 과제는 블로 드라이와 롤 세팅(30분), 4 과제는 퍼머넌트 웨이브(35분), 5 과제는 헤어 컬러링(25분)입니다.
과제 이름만 보면 낯설지만 하나씩 보면 이해가 됩니다. 이사도라는 뒤쪽이 길고 앞쪽으로 올수록 짧아지는 커트이고, 스파니엘은 반대로 앞쪽으로 갈수록 길어지는 커트입니다. 그래쥬에이션은 층이 살짝 지는 커트, 레이어는 층이 많이 나는 커트입니다. 컬러링은 주황, 초록, 보라 중 지정된 색을 직접 만든 뒤 헤어피스에 고르게 발라야 합니다. 미용실에서 흔히 받는 시술을 시험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규칙에 맞춰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과제가 이어져 있어서 앞 과제 결과가 뒤 과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특히 어려워 보였습니다. 커트가 삐뚤면 드라이와 펌에서도 그대로 티가 납니다. 펌은 제한 시간 안에 수십 개의 로드를 일정한 힘으로 말아야 해서 가장 빠듯한 과제라고 합니다. 정해진 순서와 기법, 위생과 소독까지 모두 채점 대상이고,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미완성으로 불합격입니다.
● 응시료와 국비지원, 실제로 드는 비용
큐넷 기준 응시료는 필기 14,500원, 실기 24,900원입니다. 하지만 시험비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위, 빗, 롤러, 펌 로드, 염모제, 드라이어, 통가발 마네킹까지 준비물이 많습니다. 게다가 마네킹은 커트 연습을 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줄어서 연습용으로 여러 개가 필요합니다. 학원비도 따로 듭니다.
학원비는 [국민내일 배움 카드로 일부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재료비와 마네킹은 본인이 사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상담할 때 수강료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꼭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준비 방법은 필기와 실기를 나눠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기는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독학하는 사람이 많고, 실기는 손동작과 시간 배분을 누군가 옆에서 봐줘야 해서 학원의 도움을 받는 편입니다. 고용 24에서 '미용사 일반'으로 검색하면 실기 과정만 따로 운영하는 국비 훈련과정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기는 혼자 먼저 합격해 두고 실기만 과정을 듣는 방식으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을 땄다고 바로 미용실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기와 실기에 모두 합격한 뒤 시·군·구청에 미용사 면허를 따로 신청해야 하고, 이때 건강진단서 같은 서류가 필요합니다. 미용 일은 자격증보다 면허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합격 후 면허 발급까지 마쳐야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제 앞머리를 자르며 미용에 대해 느낀 점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디자이너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의 차이가 생각보다 잘 느껴집니다. 샴푸 할 때 손길이 어딘가 서툴다고 느낀 적도 있고, 펌을 두 분이 나눠 말아 준 날에는 부분마다 컬이 다르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솔직히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용을 배운다면 그 자리에 설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보통은 자격증을 따고도 보조부터 시작해 실력을 쌓는다고 합니다. 사무직으로 일해 온 제가 다시 막내부터 시작해서, 손님이 제가 느꼈던 그 서툰 손길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하니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손재주도 걱정이었습니다. 앞머리는 자주 잘라야 해서 몇 년 동안 직접 잘랐는데, 할 때마다 삐뚤고 좌우 대칭이 맞지 않았습니다. 거울을 보고 자르다 보면 방향이 헷갈리고, 한쪽이 길어 보여 맞추려고 반대쪽을 자르면 이번에는 다른 쪽이 짧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몇 번 고치다 보면 처음 생각보다 앞머리가 훨씬 짧아져 있곤 했습니다.
몇 년을 해도 앞머리 한 줄이 마음대로 안 되는데, 각도와 길이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커트 과제를 35분 안에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 머리 하나도 이런데, 손님 머리를 잘랐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미용실에서 원하는 대로 머리가 나왔을 때의 기분을 알기 때문에, 실망하는 기분이 얼마나 큰 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용은 알아보는 데서 멈췄습니다. 하지만 이건 오랫동안 제 손재주를 스스로 판단해 온 제 경우일 뿐입니다. 누군가 미용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저는 고민만 하지 말고 우선 배워 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손재주는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배우면서 늘기도 하고,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도 여러 가지를 배워 보면서 맞는 일과 맞지 않는 일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미용도 배워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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