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세무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다행히 회계 업무를 할 수 있는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사무직을 하면서 조금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계와 세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독학으로 어렵게 딴 자격증이었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실제 회사에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과 전산세무처럼 취업을 생각하며 준비했던 자격증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 더존 프로그램으로 처음 해 본 회계 업무
제가 취직한 회사는 자체적으로 회계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에게 회계 프로그램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쓰던 더존 프로그램을 다루며 실제 업무를 하나씩 배워 나갔습니다.
책으로 공부할 때와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회계 처리 방식은 책에서 배운 것과 비슷했습니다. 다루는 금액의 크기가 문제집에서 보던 것과 달라서 그것도 신기했습니다. 혼자 책을 보며 문제를 풀던 것과 달리 회사에서는 실제 거래가 생기고, 그 내용을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관리했습니다. 자격증 공부를 하며 익힌 회계 지식이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하나씩 알아 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했다면, 이제는 배운 것을 실제로 써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 돈이 오가는 일이라 금액을 잘못 입력할까 봐 늘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 생긴 지 얼마 안 된 회사에서 해 보지 못한 결산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게 된 회사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새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배우며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회사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았고 회계 업무도 생각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더존 프로그램을 쓰기는 했어도 다양한 회계 처리를 경험할 기회는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결산 업무를 직접 해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공부하면서 결산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회사에서 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계 업무를 해 본 경험은 있어도, 나중에 다른 곳에 면접을 볼 때 회계 경력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 회사 이전과 함께 끝난 첫 회계 업무
그때 조금 더 오래 다녔다면 회계 업무를 더 많이 배우고 경력으로도 남길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일을 배우는 동안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회사가 먼 곳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계속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그렇게 제대로 경력을 쌓기도 전에 첫 회계 업무를 마쳤습니다.
그때는 이것이 긴 경력단절의 시작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에게는 결혼이라는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혼하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취업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결혼과 출산, 생각보다 길어진 공백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가족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고, 결혼 후에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첫아이를 갖게 되었고, 아이를 낳고 나니 다시 취업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조금 크면 다시 일을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 되고, 주변에 아이를 맡길 사람도 없어 제가 직접 돌봐야 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일을 쉬는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저는 어느새 경력단절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 다시 일을 생각했을 때 생긴 고민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일했던 때와 다시 취업을 준비하게 된 때 사이에는 꽤 긴 시간이 생겨 있었습니다. 일을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다시 일을 생각했을 때, 저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일을 쉬었는데 어떤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할까? 예전에 하던 사무직으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할까?'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제 나이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일을 쉬고 있다고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은 다음 배움을 앞두고 잠시 멈춰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동네 동사무소의 작은 수업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