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을 하면서 조금 더 전문적인 일을 해 보고 싶어] 전산세무 2급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격증 책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받아 보니 생각보다 훨씬 두꺼웠습니다. 그래도 고등학생 때 배웠던 부기의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습니다.

● 기초 없이 펼친 전산세무 2급 책
처음에는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해설과 답지를 참고하며 공부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부기를 배운 적도 있으니 하다 보면 이해되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늘어났고, 이해가 안 되니 공부한 내용도 자꾸 잊어버렸습니다.
저는 회계 공부라면 당연히 분개 같은 기초부터 배우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산세무 2급 책은 제가 기대했던 것처럼 아주 기초부터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산세무 2급은 회계의 기본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기본부터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 전산회계운용사 책으로 돌아간 기초
결국 전산세무 2급을 공부하다 말고 기초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전산회계운용사 자격증 책을 따로 사서 회계의 기본부터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습니다.
기초를 어느 정도 익힌 뒤 다시 전산세무 2급 책을 펼치자, 다행히 처음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에서 무엇을 묻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조금씩 알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무엇이 중요한지 몰라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가 해결되니 공부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문제를 풀고 틀린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도, 앞에서 배운 내용이 뒤에서 이어지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독학이라는 방법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에는 시험에 필요한 내용이 모두 들어 있었지만, 처음 공부하는 저로서는 어떤 내용을 꼭 알아야 하고 어떤 부분은 가볍게 넘어가도 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빠짐없이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그때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겨야 할지 몰랐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부할 범위가 넓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습니다. 가끔은 '차라리 학원에 다닐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학원에 다녔다면 선생님이 기초부터 설명해 주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부분도 짚어 주셨을 테니까요. 혼자 공부하니 그런 판단까지 모두 제 몫이었습니다.
● 다시는 안 하겠다던 회계가 재미있어지다
힘들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공부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부기를 배울 때만 해도 너무 어렵고 저와 맞지 않는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는 회계를 배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일을 위해 제가 직접 선택한 공부였기 때문인지,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회계에 대한 흥미도 점점 커졌고, 어느 순간에는 회계학과에 편입해 더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세무사나 회계사 같은 자격증도 잠시 떠올려 봤습니다. 실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다시는 공부하지 않겠다던 회계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 스스로도 신기했습니다.
● 3개월 만에 받은 합격 소식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부분은 다시 찾아보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전산세무 2급은 이론뿐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회계와 세무 실무를 처리하는 시험도 있어서, 직접 입력해 보며 연습하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해 시험을 보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공부할 시간이 적다 보니 꽤 오래 걸린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도 기초부터 다시 배우면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려운 공부도 내가 필요해서 시작하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모르면 기초로 돌아가면 되고,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면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독학을 선택해 조금 돌아가기는 했지만, 결국 원했던 자격증을 손에 넣었고 그 자격증 덕분에 [회계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