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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에서 전문성을 고민하게 된 이유

by 윤이 나는 인생 2026. 8. 17.

처음 사무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는 크게 불만이 없었습니다. 전공과는 다른 일이었지만, 공부를 더 해서 다른 길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취직 전에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따 두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무직을 선택했고, 그렇게 사무직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급여와 자금을 다루는 줄 알고 지원한 경리직

구직사이트에는 경리, 총무, 일반 사무원을 구한다는 공고가 많았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으면서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위주로 지원했고, 그러다 경리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공고는 비슷해 보여도 회사마다 하는 일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어떤 곳은 경리를 뽑는다면서 총무 일까지 맡겼고, 어떤 곳은 일반 사무원을 뽑는다면서 회계 업무를 요구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저로서는 공고에 적힌 몇 줄만 보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하는 일이 조금 더 분명해 보이는 경리 쪽에 마음이 갔습니다.

 

당시 저는 경리라고 하면 급여나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일이 주된 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사무직보다는 경리 쪽으로 가는 것이 앞으로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막상 들어가 보니 이것저것 다 하는 자리

합격해서 출근해 보니 생각했던 업무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급여나 자금 업무보다는 일반 사무 업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일단 열심히 다녔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업무의 경계가 없는 여러 가지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 필요한 일이라면 이것저것 처리해야 했고, 이 사람이 원하는 것, 저 사람이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해내기 바빴습니다. 서류를 정리하다가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차를 내고, 사무용품이 떨어지면 주문하는 일까지 모두 제 몫이었습니다. 하루를 마치면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오늘 무엇을 했는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바쁘기는 한데 남는 것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분야를 깊이 배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원래 회사라는 곳이 이런 건가?' 하면서 다녔던 것 같습니다.

 

● '사무직으로 일해 봤다' 말고는 설명할 게 없는 경력

그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경력이었습니다. 언젠가 이직을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한 일을 경력으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업종으로 옮긴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업종으로 간다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경력직으로 옮긴다고 해서 이전 회사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 회사의 업무 방식과 규칙에 적응하고, 그곳에 맞는 일을 새로 배워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던 사무 업무는 너무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회사에 가면 '사무직으로 일해 봤다'는 것 말고는 제 경력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구직사이트에서 경력직 공고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은 더 커졌습니다. 경력직을 뽑는 곳은 대부분 어떤 업무를 몇 년 했는지 물었고, 회계나 인사처럼 맡았던 분야를 분명하게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하던 일을 이력서에 옮긴다면 무엇이라고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일, 회계

사무직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안에서라도 분야가 분명한 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눈여겨본 것이 회계였습니다. 회사마다 세부 업무는 다르겠지만 회계와 경리의 큰 틀은 비슷할 테니, 이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 두면 다른 회사로 옮길 때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회계를 떠올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회사의 규모나 업종이 달라도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은 어느 회사에나 있습니다. 매출과 비용을 기록하고, 세금을 신고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일은 회사가 있는 한 꼭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회계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어느 회사에서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격증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에 조금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력서에 자격증 한 줄을 더 넣어 이 일을 하고 싶어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고, 어디에서 일하든 쓸 수 있는 능력을 하나쯤 갖고 싶었습니다.

step-by-step

● 다시는 안 배우겠다던 회계, 전산세무 2급에 도전하다

사실 고등학생 때 회계의 기초인 부기를 잠시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렵고 저와 맞지 않아 포기했고, 다시는 회계를 배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제가 몇 년이 지나 회계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앞으로의 직장생활을 그만큼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도 회계가 저와 맞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부기를 포기했던 그때와 달라진 점도 있었습니다. 학생 때는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험을 위해 외웠다면, 이번에는 회사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있었습니다. 영수증을 정리하고 거래처에 보낼 서류를 챙기면서, 이 숫자들이 결국 회계로 이어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독학으로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찾아봤고, 전산회계운용사와 전산세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산회계운용사는 회계의 기초를 다지기 좋은 자격증이었고, 전산세무는 회계 프로그램으로 실무를 처리하는 시험이라 회사에서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산세무에도 급수가 나뉘어 있었는데, 1급은 독학으로는 너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쉬운 것을 고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고르고 싶었습니다. 그중 독학으로 도전해 볼 만하면서도 조금 더 난도가 있어 보이는 전산세무 2급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저는 자격증을 하나 더 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더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전산세무 2급 독학]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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