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학원]에서 이론 공부를 마치고 드디어 실습을 나갈 때가 되었습니다. 책으로만 배우던 일을 실제 병원에서 해 본다고 생각하니 기대도 됐지만, 그보다는 긴장이 훨씬 컸습니다.
● 새로 생긴 요양병원, 그런데 저만 중환자실
실습 병원은 제가 집 근처에 있는 곳을 직접 알아보고 학원에 이야기하면, 학원에서 연결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문을 연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요양병원을 골랐습니다. 새로 생긴 병원이니 시설도 깨끗할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원했던 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게 되었고, 저를 포함해 같은 학원 수강생 4명이 함께 실습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습 부서를 배정받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혼자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이 있는 층으로 배정되었는데, 저만 중환자실이었습니다. 그중 두 명은 같은 층에서 함께 실습하게 되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왜 하필 나만 중환자실이지?' 중환자실이라고 하니 드라마에서 보던 큰 병원의 중환자실부터 떠올라서, 처음에는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던 중환자실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산소호흡기를 쓰거나 콧줄을 한 환자도 있었고, 기관절개를 한 환자나 금식 중인 환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 수가 많지 않아서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사람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저도 환자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었고, 생각보다 한가하게 느껴지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좋았습니다. 수간호사 선생님은 실습생인 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셨고,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알려 주셨습니다. 실습생에게 자기 일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실습 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이곳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대부분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다른 층으로 간 수강생들이 오히려 저를 부러워할 정도였습니다.

● 하루 두 번 혈압 재기부터 석션까지
저는 매일 하루 두 번 환자들의 혈압을 재고, 소변량을 확인해 기록했습니다. 석션도 배웠습니다. 기관절개를 한 환자는 기관절개관을 통해 석션을 했고, 입안에 분비물이 많은 환자에게는 구강 석션을 했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환자들의 식사를 도왔고, 목욕하는 날에는 보습크림을 발라 드리고 환자복을 갈아입혀 드리는 일도 거들었습니다. 멸균 소독기 쓰는 법도 배워서, 실습 기간에는 주로 사용한 기구를 직접 세척하고 소독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실습하는 동안 병원이 평가인증을 받는 기간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평소보다 신경 쓸 일도, 도와드릴 일도 많아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이 평가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면 되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를 조금 힘들게 했던 간호조무사 선생님도 있었고, 그때는 정말 실습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면 되지.' 그만두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일단 오늘까지만 해 보자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니 결국 실습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실습이 끝날 무렵, 수간호사 선생님과 간호부장 선생님께서 이 병원에서 같이 일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실습생으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고마운 말이었지만, 그 무렵 저는 이미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자격증은 땄지만, 직업으로는 고르지 않은 이유
간호와 관련된 일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주사가 무서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 생각이 더 확실해진 일이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당뇨가 있어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해 보니 병실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습니다. 밤사이 그 환자에게 저혈당이 와서 의식을 잃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고, 보호자까지 급히 불렀다고 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환자의 의식이 막 돌아오기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병실에는 안도감과 긴장감이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저도 알지 못한 채 실습이 끝났습니다. 다만 인슐린은 양을 조금만 잘못 맞아도 사람이 이렇게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는 일인데, 그 실수가 사람의 생명과 바로 이어진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나는 이 일을 직업으로 하기에는 너무 무섭다.' 그래서 나중에 자격증을 쓰게 된다면 병원보다는 [한의원] 같은 곳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습을 마친 뒤 다시 이론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평소에도 외우는 공부는 열심히 하는 편이라 그런지, 비교적 높은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합격 후에는 기본적인 검사를 받고 자격증을 발급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손에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취업이 어려워질 미래를 대비하려고 시작한 공부였습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생겼다는 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당장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실습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저와 맞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자격증은 일단 가지고 있기로 하고, [다시 사무직으로 취업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간호조무사 공부는 자격증 하나를 얻은 것보다, 직접 해 보고 나서야 저와 맞지 않는 일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자격증은 남았지만 직업으로 고르지 않았던 그 경험도 저에게는 하나의 배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