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를 배우며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나니, 이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취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필요해졌을 때 갑자기 알아보기보다는, 시간이 있을 때 미리 살펴 두는 편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배워 두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틈틈이 구직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 구직사이트에서 마주한 나이와 경력의 벽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취직을 한다면 사무직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고를 계속 보다 보니 생각보다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경력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지원 자격에 [나이나 성별을 제한하는 공고]도 있었습니다. 어떤 곳은 저보다 어린 신입을 뽑았고, 어떤 곳은 제가 가진 것보다 훨씬 많은 경력을 요구했습니다.
공고를 하나씩 넘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걱정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이런데, 몇 년 뒤에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쯤 더 만들어 두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도 구직사이트를 여는 일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새 공고가 올라오면 하나씩 눌러보고 지원 자격부터 확인했습니다. 나이, 경력, 근무 시간을 하나씩 따져 보면 제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창을 닫고 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직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벌써 취업이 어렵다는 것부터 알아 버린 기분이었습니다.
● 유독 자주 보이던 간호조무사 공고
그렇게 구직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간호조무사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간호조무사를 구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간호조무사가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공고가 유독 자주 보여서 '간호조무사를 많이 구하네?' 하는 생각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간호조무사를 찾는 곳도 다양했습니다. 동네 의원이나 치과, 한의원도 있었고,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큰 병원도 있었습니다. 사무직 공고는 나이나 경력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간호조무사 공고는 자격증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꽤 많아 보였습니다. 경력이 끊긴 저에게는 그 점이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간호조무사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간호조무사 자격증에 대해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찾아보니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 업무를 하고, 의원에서는 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를 돕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하는 일의 범위가 넓었습니다. 병원에 따라서는 접수나 수납 같은 일을 함께 맡는 곳도 있어서, 그동안 해 온 사무 경험이 아주 쓸모없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1년이 걸린다는 말에 오히려 마음이 움직이다
알아보니 짧은 시간에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습을 합쳐 1,520시간]의 교육을 마쳐야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격을 갖추기까지 1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보통은 이 말을 듣고 망설일 텐데, 저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취직도 못 하는데, 이 시간에 자격증을 따 두면 되지 않을까?'
1년이 걸리는 자격증이라면 미뤄 둘수록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뒤 정말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싶어 졌을 때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다시 1년을 보내야 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나이도 더 들어 있을 테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도 지금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는 지금 따 둔다면, 나중에 필요한 순간 바로 꺼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꼭 그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간호조무사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무직으로 취직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무직 취업이 생각보다 어려워진다면, 그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는 늘 이랬습니다. 자격증은 필요해졌을 때 준비하면 늦다고 생각했고, 당장 쓸 일이 없더라도 앞으로 필요할 수 있다면 미리 배워 두는 편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사무직을 생각하며 컴퓨터활용능력을 미리 준비했던 것도 그랬습니다. 전산세무 2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자격증 덕분에 회계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준비해 둔 것은 언젠가 쓸 데가 생긴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간호조무사도 그랬습니다. 하고 싶어서 고른 일이라기보다, 구직사이트에서 자주 마주친 공고가 계기가 되어 미리 준비해 두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 그렇게 시작된 간호조무사 공부
이렇게 해서 저는 간호조무사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자격증이 제 앞날에 어떤 의미가 될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1년 뒤의 저에게 선택지 하나를 더 만들어 주자는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고, 외워야 할 것이 많다는 말에 제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일해 본 적도 없는 제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일을 배울 수 있을지도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해 보지 않으면 저와 맞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맞으면 새로운 일을 하나 얻는 것이고, 맞지 않더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 처음 마주한 문제는 생각보다 현실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간호조무사 학원비와 학원 수업 이야기]에 이어서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