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트]를 시작으로 공예를 하나씩 배우다 보니, 어느새 [같은 선생님께 여러 가지 공예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한 과정을 마치면 또 다른 공예가 소개되었고, 새로운 자격증 과정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이미 여러 가지를 배운 뒤였는데도 저는 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석고방향제였습니다.
● 하루면 끝나는 석고방향제 수업
석고방향제는 석고와 물을 정해진 비율로 섞고 향료를 넣은 뒤, 몰드에 부어 굳혀서 만듭니다. 굳은 석고를 몰드에서 꺼내 향을 조금 더 입히면 완성입니다. 향이 약해지면 다시 향을 뿌려 쓸 수도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은 원데이 과정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필요한 내용을 배우고 작품을 만들면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수강료는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격증도 하나 더 생긴다는 생각에 선뜻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꼭 필요한 자격증이었나 싶습니다. 이미 여러 공예 자격증이 있었고, 석고방향제 자격증이 따로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습니다. 석고와 물의 비율을 맞추고, 향료를 몇 방울 넣을지 정하고, 몰드에 부은 뒤에는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께서 포장하는 방법과 향을 다시 입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몰드에서 꺼낸 석고방향제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는 하루 만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 예쁜 몰드 하나면 충분했던 것
수업을 마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꼭 자격증 과정으로 배워야 했을까?' 정확한 배합과 작업 방법을 배운 것은 분명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만들어 보고 싶은 정도였다면 굳이 자격증 과정까지 들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예쁜 몰드에 석고를 부어 굳히기만 해도 꽤 근사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평평한 석고 위에 캘리그래피를 넣어 꾸미는 방법도 배웠지만, 저는 글씨를 예쁘게 쓰는 재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처음부터 모양이 예쁜 몰드를 쓰는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몰드를 찾아보니 종류가 정말 많았습니다. 꽃이나 동물 모양부터 글자가 새겨진 것까지 인터넷에서 쉽게 살 수 있었습니다. 석고 가루와 향료, 몰드를 한꺼번에 묶어 파는 만들기 세트도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을 제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조금 허무했습니다. 제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예쁜 석고방향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격증을 따는 것까지 당연하게 따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저처럼 석고방향제 자격증 과정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무엇을 위해 배우려는지부터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취미나 선물용이라면 자격증이 없는 원데이 클래스나 만들기 세트로도 충분합니다. 공예 강사로 일하고 싶다면 그 자격증을 어디에서 발급하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이런 자격증은 대부분 민간자격이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서 정식으로 등록된 자격인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름이 같은 자격증이라도 발급하는 곳마다 과정과 비용이 다르니 여러 곳을 비교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린 선물
그렇다고 배운 것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석고방향제는 만들어 두면 선물하기 좋았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집에서 몇 번 더 만들었습니다.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 학원 선생님께 드렸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나눠 주었습니다.
재료비도 많이 들지 않아서 여러 개를 만들어 한꺼번에 나누기에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수업료는 아까웠지만, 그 뒤로 선물을 고민하는 일이 줄었으니 본전은 조금 찾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만든 것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즐겁고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이걸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 자격증이 늘어도 전문가가 되지는 않았다
제가 들은 과정들이 모두 의미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공예를 여러 가지 배우면서 자격증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같은 자격증으로 지금 공예 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달랐습니다.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제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가 가르칠 만한 실력을 갖췄는지부터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늘 '당장 쓸 일이 없더라도 배워 두면 언젠가 쓸 데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했습니다. 그 마음 덕분에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예에서는 그 마음이 자격증을 하나씩 늘리는 쪽으로만 흘러갔습니다. 어느새 무엇을 배울 지보다 자격증이 나오는지를 먼저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재료를 만지고 무언가를 직접 완성하는 일은 분명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즐거움과 그것을 직업으로 가르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 걸까?' 그때는 그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자격증을 하나씩 모은다고 해서 저절로 직업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들어간 교육비를 떠올리면 지금도 정말 많이도 배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저는 자격증을 모으려던 게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계속 새로운 문을 열어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문은 얼마 뒤 [간호조무사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