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아트]를 배우면서 저는 공예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경력단절로 생긴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수업이었는데, 직접 작품을 만들다 보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냅킨아트 자격증을 땄으니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취업으로 연결하기는 어려웠지만, 다른 공예를 몇 가지 더 배워 여러 공예를 묶으면 방과 후 강사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배우기 좋은 공예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 방과 후 강사를 꿈꾸며 시작한 클레이아트
그렇게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클레이아트였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지며 만들 수 있고, 완성한 작품을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이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번 배워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냅킨아트 때처럼 집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없어서, 전문 교육기관에 직접 등록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공예 수업이다 보니 수업료와 재료비가 만만치 않았고, 취미로만 배우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습니다.
냅킨아트는 무료 수업이라 재료비 정도만 신경 쓰면 됐지만, 클레이아트는 급수마다 수업료가 따로 들었습니다. 3급부터 1급까지 모두 배우려면 생각보다 큰돈이 필요했습니다. 경력단절 중이라 따로 버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등록하기 전까지 정말 배워도 될지 몇 번이나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정했습니다. '배워 두면 나중에 방과 후 강사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클레이아트 3급부터 2급, 1급까지 차례대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 따라 만들기만 하면 됐던 3급과 2급
클레이 수업은 생각보다 저와 잘 맞았습니다. 가만히 앉아 손으로 조금씩 모양을 잡아가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어서 수업마다 만들 작품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만드는 과정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됐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아이들 앞에서 수업하는 제 모습을 떠올려 보곤 했습니다. 이 작품이면 아이들도 한 시간 안에 만들 수 있겠다, 이 부분은 아이들이 어려워하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선생님이 어떤 순서로 설명하시는지도 눈여겨보았습니다. 배우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가르칠 사람의 눈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뭉쳐서 만들면 됐고, 클레이가 조금 굳으면 물을 묻혀 다시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수업 시간이 끝나 있었습니다. 3급과 2급을 배우는 동안에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 직접 작품을 구상해야 했던 1급 과정
1급에서는 정해진 작품을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작품을 구상해야 했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 내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만들고 싶은 걸 만들라고 하면 뭘 만들어야 하지?'
며칠 동안 아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아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3급과 2급을 거치면서 만드는 방법은 익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고 따라 하는 실력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바탕을 앞에 두고 처음부터 무엇을 만들지 정하려니 막막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대로 따라 하면 제 작품이 아닌 것 같아 쉽게 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당시 아이들이 좋아하던 쿠키런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마침 집에 쿠키런 책도 있었습니다. '이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때부터 아이디어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쿠키런 캐릭터로 채운 1급 작품
1급 작품은 A4 용지 정도 크기로 만들어야 했고, 저는 그 공간을 쿠키런 캐릭터들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책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었는데, 캐릭터마다 모양도 색도 달라 손이 많이 갔습니다. 그래도 막상 만들기 시작하니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먼저 책에 나온 그림을 보며 몸통 모양을 잡고, 그 위에 눈과 입, 옷 같은 작은 부분을 하나씩 붙였습니다. 조각이 작을수록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캐릭터를 다 만든 뒤에는 바탕 위에서 이리저리 옮겨 보며 어디에 둘지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제가 하나씩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쿠키런 캐릭터라고 신기해했고, 작품이 완성되어 갈수록 더 좋아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만둘까 고민했던 며칠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클레이아트 1급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 하나를 배우고 나니 또 다른 공예로
처음에는 자격증을 취업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배우는 동안에는 직업이라는 목적을 잠시 잊을 만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1급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바로 방과 후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클레이아트 하나만으로 한 학기 수업을 꾸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계획대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예를 몇 가지 더 배워 두기로 했습니다.
수업을 해 주시던 선생님께서는 클레이아트 말고도 여러 공예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때마다 '이것도 한번 배워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렇게 저는 [다른 공예들]을 하나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무언가를 배우는 일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