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빵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만큼 사 먹다 보니 빵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 집에서 빵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괜찮아서 그 뒤로 소시지빵, 식빵 같은 발효빵부터 머핀, 파운드케이크, 케이크, 쿠키까지 이것저것 만들어 봤습니다.
이렇게 빵을 만들다 보면 한 번쯤 제과기능사나 제빵기능사 자격증이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집에서 빵을 굽는 것과 자격증 시험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두 자격증의 시험 방식과 합격률을 정리하면서, 집에서 빵을 굽는 제 방식과 시험이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제과와 제빵, 무엇이 다를까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는 모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증입니다.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어서 학력, 나이, 경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발효입니다. 제과는 쿠키, 케이크, 파이처럼 이스트를 쓰지 않는 과자류를 만들고, 제빵은 식빵, 단과자빵처럼 반죽, 1차 발효, 성형, 2차 발효, 굽기를 거치는 빵류를 만듭니다. 두 자격증은 완전히 별개의 시험이라 접수도 따로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하나를 취득하면 다른 하나의 필기가 면제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제도가 없어져서 각각 필기부터 봐야 합니다.
이 차이는 집에서 만들 때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저에게 제과는 생각날 때 종종 만드는 간식이지만, 제빵은 큰마음을 먹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죽하고 발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 시험 과목과 방식
필기시험은 제과는 과자류 재료, 제조 및 위생관리, 제빵은 빵류 재료, 제조 및 위생관리 과목으로 치릅니다. 객관식 4지선다형 60문항을 60분 동안 CBT(컴퓨터 기반 시험) 방식으로 풀며, 재료 이론, 제조 공정, 위생관리, 기초 영양학까지 다룹니다. 필기에 합격하면 2년 동안 필기가 면제되어 그 기간에는 실기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실기시험은 시험 당일 정해지는 품목 하나를 정해진 배합표와 공정에 따라 시간 안에 만드는 작업형입니다. 품목에 따라 시험 시간은 2시간에서 4시간 정도입니다. 계량, 반죽, 성형, 굽기까지 전 과정을 보고, 재료를 흘리지 않았는지, 반죽 상태, 완성품의 크기와 색, 위생 상태까지 채점합니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 실기 합격률이 낮은 이유
필기는 기출문제가 반복되는 편이라 비교적 수월하다고 하지만, 실기는 합격률이 40퍼센트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죽 온도, 발효 시간, 오븐 온도처럼 그날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요소가 많아서, 여러 번 떨어진 뒤에 합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출제 품목은 미리 공개된 목록 안에서 나오지만 어떤 품목이 나올지는 당일에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개된 품목의 배합과 공정을 모두 익혀 두어야 하고, 시간 초과나 위생 규정 위반 같은 실격 기준도 미리 알아 두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이미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원래 동작이 느린 편이라, 집에서도 빵 하나를 만들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집에서는 늦어도 조금 늦게 먹으면 그만이지만, 시험장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계량부터 굽기까지 끝내야 합니다. 저에게는 빵을 맛있게 만드는 것보다 시간 안에 완성하는 것이 더 큰 벽이 될 것 같습니다.
● 아이스박스로 발효시키던 집 베이킹
제가 제빵을 큰마음먹고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죽과 발효입니다. 다행히 발효에 실패한 적은 없었지만, 손으로 반죽하고 발효시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집에는 발효기가 없어서 아이스박스에 따뜻한 물을 넣어 온도를 맞추고 그 안에서 반죽을 발효시켰습니다.
그렇게 몇 번 만들다가 결국 제빵기를 샀습니다. 지금은 반죽과 1차 발효까지는 제빵기에 맡기고, 2차 발효만 아이스박스에서 합니다. 식빵은 작은 아이스박스로도 충분하지만, 소시지빵은 양이 많고 모양을 잡은 상태로 발효시켜야 해서 넓은 아이스박스가 필요했습니다.
시험장에는 반죽기와 발효실이 갖춰져 있으니 저처럼 아이스박스를 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계에 맡겨 두고 기다리면 되는 집과 달리, 시험에서는 반죽 상태와 발효 정도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저처럼 반죽을 제빵기에 맡기는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레시피대로 하지 않는 제 제과 방식
제과는 레시피를 참고하긴 하지만, 사실 과정은 제 마음대로 합니다. 레시피에서는 보통 가루를 세 번 정도 체에 치라고 하는데 저는 한 번이면 끝입니다. 재료도 순서대로 나눠 넣지 않고 한 번에 다 넣고 섞어 버립니다. 솔직히 귀찮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집에서 먹기에는 충분히 맛있게 나옵니다.
시험에서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실기시험은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공정을 제대로 지키는지도 채점하기 때문입니다. 재료를 넣는 순서와 섞는 방법도 품목마다 정해져 있어서, 저처럼 한 번에 넣고 섞으면 맛이 괜찮아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집에서는 맛만 있으면 되지만, 시험은 정석대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자리입니다.
쿠키도 몇 번 만들어 봤지만 지금은 만들지 않습니다. 반죽하고 모양 잡고 굽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나오는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 어려운 것보다는 귀찮은 것을 피하게 됩니다. 사실 어려워 보이는 것은 아예 시도하지 않기도 합니다.
● 레시피 온도가 맞지 않았던 오븐
제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오븐 온도입니다. 제가 쓰는 오븐은 흔히 베이킹용으로 쓰는 오븐이 아니고 광파오븐이라, 인터넷 레시피에 적힌 온도와 시간을 그대로 따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븐마다 실제 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레시피를 참고하면서도 제 오븐에 맞는 온도를 따로 찾아야 했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는 분들도 비슷한 조언을 많이 합니다. 집 오븐과 시험장 오븐은 화력이나 예열 시간이 달라서, 집에서만 연습하면 시험장에서 색이나 굽기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필기는 독학으로 준비하고, 실기는 시험장과 비슷한 장비가 있는 학원이나 국비지원 과정에서 연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과·제빵 과정도 [국민내일 배움 카드]로 들을 수 있는데, 실습 재료비가 따로 드는 경우가 많으니 총비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자격증은 어디에 쓰일까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는 호텔 베이커리, 동네 빵집,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식품 제조 회사, 단체급식소 등에 취업할 때 쓰입니다. 두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넓어지고, 창업할 때도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자격증 자체보다 실제 실습 경험과 손 빠르기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자격증은 기본기를 갖췄다는 최소한의 증명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래서 저는 자격증 대신 집 베이킹을 합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집에서 빵을 굽는 것과 자격증 시험은 모든 것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맛만 있으면 되니까 귀찮은 과정은 건너뛰고, 제빵기와 아이스박스의 도움을 받으며, 제 오븐에 맞게 대충 온도를 조절합니다. 시험은 그 반대로 정해진 공정을 정확하게,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격증 없이 지금처럼 즐겁게 빵을 구우려고 합니다. 빵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는 저에게는 비싼 빵값을 아끼면서 좋아하는 빵을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처럼 집에서 빵을 굽다가 자격증이 궁금해지신 분이라면, 레시피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은 집 베이킹이 좋은지, 정석대로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지부터 먼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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