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역사는 제가 가장 싫어하던 과목 중 하나였습니다. 연도와 사건, 왕 이름까지 외울 게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한 뒤 역사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시험을 볼 필요가 없어지니 그제야 '그때 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역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알게 된 것도 금방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떠올랐습니다. 이왕 공부하는 김에 자격증까지 따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러 자격증을 알아보면서 채용 공고를 계속 살펴봤는데, 공기업이나 공무원 채용 공고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흔히 한능검이라고 부르는 시험의 급수를 요구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오늘은 한능검의 급수 체계와 시험 방식, 2027년부터 달라지는 공무원 시험 제도를 정리하고, 역사가 궁금해서 한능검 강의를 열어 봤다가 멈춘 제 이야기도 함께 나눠 보려고 합니다.

●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어떤 시험일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시험으로, 2006년 처음 시행된 뒤 매년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시험이 되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 시험이 단순 암기보다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자료를 분석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학교에서 외우기만 하던 역사에 질려 있던 저로서는 이 설명이 반가웠습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채용에서 필수 요건이나 가산점으로 활용하는 곳이 많아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거의 필수처럼 여겨집니다. 5급·7급 공무원, 교원임용시험, 군무원 시험 등에서는 이미 한국사 과목을 이 시험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 시험이 엄밀히 말하면 '자격증'이 아니라 '인증 시험'이라는 점입니다. 국가기술자격증처럼 특정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 수준을 급수로 인증해 주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특정 직업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채용이나 승진에서 가산점을 받거나 응시 자격을 채우는 용도로 주로 쓰입니다.
● 급수 체계와 합격 기준
시험은 심화와 기본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심화는 1급, 2급, 3급을, 기본은 4급, 5급, 6급을 판정합니다. 심화는 5지선다형 50문항을 80분 동안 풀며,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면 1급, 70점 이상이면 2급, 60점 이상이면 3급입니다. 기본은 4지선다형 50문항을 70분 동안 풀고, 80점 이상 4급, 70점 이상 5급, 60점 이상 6급으로 판정됩니다. 문항마다 1점에서 3점까지 배점이 다르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급수별로 시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유형 안에서는 모두 같은 문제를 풀고 점수에 따라 급수가 정해집니다. 심화와 기본 중 어느 쪽을 볼지는 접수할 때 직접 골라야 하므로, 목표 급수에 맞는 유형을 선택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채용이나 시험에서 요구하는 급수는 곳마다 다릅니다. 5급·7급 공채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은 심화 2급 이상, 교원임용시험은 심화 3급 이상을 요구하고, 공공기관은 심화 2~3급 이상을 기준으로 하거나 급수에 따라 가산점을 다르게 주는 곳이 많습니다. 기본 급수는 입문자나 청소년의 기초 소양을 확인하는 성격이 강해서,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이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심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2027년 9급 공무원 시험 한국사 대체와 인정 기간
앞으로 이 시험을 찾는 분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인사혁신처 발표에 따르면 2027년부터 국가직·지방직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한국사 과목이 한능검 심화 3급 이상으로 대체됩니다.
지금까지는 필기시험에서 한국사를 한 과목으로 풀었지만, 앞으로는 미리 취득한 한능검 성적으로 대신하게 됩니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필기시험 전에 3급 이상 성적을 미리 갖춰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인정 기간도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공무원 시험에서 성적을 일정 기간만 인정했지만, 지금은 이 제한이 없어져서 예전에 받은 성적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확인만 되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기업이나 기관은 자체적으로 유효기간을 두기도 하니, 지원하려는 곳의 채용 공고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시험 일정과 접수 방법
2026년에는 시험이 모두 다섯 번 시행되며, 심화는 다섯 번, 기본은 두 번만 열립니다. 제78회, 제80회, 제81회는 심화만 시행되기 때문에 기본 급수가 필요한 분은 기본 시험이 함께 열리는 회차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80회는 10월 17일에 심화만 시행되며, 원서 접수는 9월 15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정도였습니다. 올해 남은 회차는 11월에 시행되는 제81회입니다.
접수 기간이 짧은 편이고, 원하는 지역의 고사장은 접수 첫날 빨리 마감되기도 합니다. 정기 접수를 놓치면 추가 접수를 노려야 하는데 자리가 많지 않으니, 접수 시작일을 미리 달력에 표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한 회차별 일정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historyexam.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준비 기간과 공부 방법
한능검은 범위가 넓지만 출제 유형이 반복되는 편이라, 평일 1~2시간, 주말 2~3시간 정도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가 있다면 두 달 정도 준비해서 심화 2급이나 1급에 도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대 흐름을 큰 그림으로 먼저 잡고 세부 내용을 채워 나가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무료 인터넷 강의도 많아서 비용 부담 없이 혼자 준비하는 분들도 많고, 기출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역사가 궁금해서 열어 본 한능검 강의
저도 한능검 강의를 접해 본 적이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꽤 비싼 돈을 주고 학습용 태블릿을 샀는데, 그 태블릿에 한능검 강의도 들어 있었습니다. 마침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던 참이라 반가운 마음에 강의를 열어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강의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연 강의는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앞뒤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앞글자만 따서 외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때 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였는데, 강의는 '시험에 이렇게 나오니 이렇게 외우자'에 가까웠습니다. 학교 다닐 때 역사를 싫어했던 이유가 다시 떠올라 결국 강의를 중단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강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합격이 목적이라면 짧은 시간에 점수를 올리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암기법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역사 자체가 궁금해서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시험 대비 강의보다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처럼 풀어주는 책이나 강의로 먼저 시작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흐름을 먼저 알고 나면 암기도 훨씬 덜 막막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 아직 고민 중인 한능검
저는 아직 한능검을 볼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먼저인지, 자격증을 갖고 싶은 마음이 먼저인지 저도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외우는 것보다 흐름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역사가 조금 더 친숙해지면, 그때 자연스럽게 시험에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위해 한능검을 준비하는 분이든, 저처럼 역사가 궁금해서 관심을 갖게 된 분이든, 목적에 맞는 공부 방법을 먼저 정하고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급수 기준과 시험 일정은 2026년 기준 정보이니, 실제로 준비하실 때는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최신 공지를 다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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