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를 배우고 시험까지 봤지만 저는 결국 도배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실크벽지로 천장을 도배하는 것이 끝까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도배를 배운 뒤에는 '역시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더 이상 도배를 할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의외의 일이 생겼습니다.
● 집이 잘 팔리지 않아 도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집을 내놓았는데 생각보다 집이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집 벽지는 2000년대 중반쯤 유행했던 꽃무늬 벽지였습니다. 지금 보면 조금 오래된 느낌이 나는 벽지였습니다.
그렇다고 곧 팔아야 할 집에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기는 아까웠습니다. 집을 사는 사람도 자기 취향에 맞게 다시 꾸밀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도배도 배웠겠다, '내가 그냥 해볼까?'
어차피 전문가처럼 완벽하게 할 필요도 없고, 한 번에 집 전체를 할 생각도 아니었습니다.
시간 날 때 조금씩 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풀 바른 합지 벽지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도배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천장부터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 가장 어려웠던 천장부터 시작했습니다.
도배를 배울 때 천장 도배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상하게도 집에서는 겁이 덜 났습니다.
의자와 매트를 이용해 길게 연결해 놓고 올라가 천장에 벽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붙는 것이었습니다.
'어? 되는데?'
학원에서 그렇게 애를 먹었던 실크 천장 도배였는데 집에서는 합지 도배라 그런지 가볍게 붙였습니다.
자신감이 생겨서 천장 전체를 계속 붙였습니다.
그리고 힘들어서 잠시 쉬면서 제가 붙인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천장이 울퉁불퉁해 보여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도배를 하고 나면 벽지가 마르면서 주름이나 울음이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해놓은 것이어서 그런지 훨씬 심하게 보였습니다.
'이거 큰일 난 것 아닌가?'
도배를 배웠지만 시험에서도 떨어졌던 저였기 때문에 제 실력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 결국 도배사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남편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배사를 불러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을 더 기다리기에는 천장이 너무 보기 싫어서 바로 다음 날 도배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시공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도배사를 부르기로 하고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울퉁불퉁했던 천장이 조금씩 평평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어? 이게 제대로 된 건가?'
제가 붙인 천장이 마르면서 조금씩 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음 날 사용할 도배지가 도착했습니다.
도배지를 가져다주신 분이 천장을 보시더니 잘 붙였다고 하셨습니다.
남편도 퇴근해서 천장을 보더니 잘 붙였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방문 선생님까지 제가 직접 한 것이냐고 물어보시고 나서 잘 붙였다고 했습니다.
'아, 도배사를 부른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결국 전문가에게 맡겼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예약한 도배를 취소하기도 애매했습니다. 이미 도배지를 준비했고 약속까지 잡아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방과 거실은 도배사에게 맡겼습니다.
몇 십만 원을 들여 전문가에게 도배를 했지만, 제가 직접 천장을 도배해 본 경험은 꽤 재미있고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배운 것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구나.
저는 도배사 시험에 떨어진 뒤 도배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에서 도배를 해보니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웠던 방법들이 어느 정도 기억나고, 직접 활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전문가처럼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뒷수습은 결국 전문가에게 맡겼습니다.
그래도 한 번 배워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 해볼 생각도 할 수 있었습니다.
자격증을 따는 것과 그 기술을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도배사로 일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배운 기술을 처음으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해 본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배를 배운 시간도 꼭 실패였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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