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저에게도 몇 시간의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가 흘러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남는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취직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당시 제 상황에 맞는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그때부터 무엇이든 배워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데 큰돈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저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용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수업부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다녀올 수 있도록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서 찾은 무료 수업
지금은 행정복지센터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동사무소라고 많이 불렀습니다. 집 근처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수업을 무료로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에 따라 재료비는 따로 내야 했지만, 정식 교육기관에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동사무소를 등본이나 서류를 떼러 가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요가나 노래 교실, 컴퓨터 같은 생활 강좌부터 여러 가지 공예 수업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수업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었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어떤 수업을 들을까 찾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냅킨아트였습니다.
● 미술을 못하는 제가 냅킨아트를 고른 이유
사실 저는 미술을 정말 못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색칠하는 것도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는 예쁜 것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냅킨아트는 TV에서 처음 봤습니다. 예쁜 그림이 있는 냅킨에서 원하는 부분을 잘라 물건에 붙이는데, 완성하고 나면 직접 그림을 그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도 저런 걸 만들 수 있을까?'
신기하면서도 한번 배워 보고 싶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서 수업이 열린 것입니다. 그렇게 냅킨아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유리와 비누까지 꾸밀 수 있었던 수업
처음에는 냅킨을 물건에 붙이는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배워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재료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뿐 아니라 철제나 유리에도 냅킨을 붙일 수 있었고, 비누를 꾸미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완성한 작품은 생각보다 훨씬 예뻤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냅킨은 여러 겹으로 되어 있어서 그림이 있는 맨 위 한 겹만 조심스럽게 떼어 냈습니다. 원하는 부분을 오리거나 손으로 찢은 뒤 물건 위에 올리고, 전용 풀을 발라 붙였습니다. 냅킨이 얇아서 조금만 힘을 줘도 찢어지거나 주름이 생겨, 처음에는 붙이는 것만으로도 꽤 조심스러웠습니다.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미술을 잘하시던 선생님께서는 냅킨을 붙인 뒤 주변의 빈 공간을 물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칠하는 방법도 알려 주셨습니다. 냅킨 그림과 주변을 비슷한 색으로 칠하면 처음부터 하나의 그림이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색칠에 자신이 없던 저는 그 시간이 오면 늘 긴장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배우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완성한 작품을 집에 가져갔습니다. 하나씩 늘어난 작품은 집 안 여기저기에 두고 쓰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만들었다며 신기해했는데, 그 반응을 보면 다음 수업이 더 기다려졌습니다.
● 집에서도 다시 만들어 보며 딴 1급 자격증
저는 수업 시간에 배운 것으로 끝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완성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에 와서 다시 해 보고 싶었고, 결국 재료를 따로 사서 집에서도 연습했습니다. 수업에 빠지지 않고 집에서도 다시 만들어 보면서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마침 이 수업에는 자격증 과정도 있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자격증이 있는 교육이라면 배울 때 함께 따 두는 편입니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민간자격증이기는 했지만 1급에 도전했습니다. 배운 내용으로 작품을 만들어 제출했고, 그렇게 냅킨아트 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 공예를 조금 더 배워 보면 어떨까
냅킨아트를 배우면서 한 가지 생각이 생겼습니다.
'공예를 조금 더 배워 보면 어떨까?'
미술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정해진 방법을 배우고 하나씩 만들어 가는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것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저 방과 후 수업이나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공예를 가르치는 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냅킨아트 하나만으로 수업을 꾸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예를 몇 가지 더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공예 수업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경력단절로 생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시작한 수업이었지만, 냅킨아트는 '좋아하면서도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처음으로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냅킨아트를 시작으로 [클레이아트]를 비롯한 여러 공예를 배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