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 밑에는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는 부끄러움도 함께 있습니다. 내세울 만한 경력도, 내세울 만큼 확실하게 해낸 일도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회사에 다니면 그 회사에서 필요한 만큼의 일에만 익숙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엑셀 실력도 늘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회계나 경리 업무도 어느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늘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남습니다. 회사 업무를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저는 또 '뭐 배울 게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 출근길, 아까운 1시간
제가 다니는 회사는 출근 시간대에 차가 심하게 막힙니다. 그래서 저는 늘 업무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여유롭게 앉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1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하나 배우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영어였습니다.
●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요즘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TV를 보다 보면 성인이 되어 늦게 시작했는데도 프리토킹이 가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그게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저도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학원에 다닐 시간도 없었고, 사실 학원까지 다니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앱도 잘 나와 있고, 태블릿으로 공부하는 강의들도 있으니 그중에서 저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무료 앱 대신 유료 학습 패스를 선택한 이유
먼저 여러 무료 앱을 이것저것 써봤습니다. 그런데 무료라 그런지 배울 수 있는 내용이 한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태블릿으로 학습할 수 있는 강의 패스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금액대는 꽤 높은 편이었지만, 한 번 구입하면 이후로는 추가 비용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업데이트도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제 성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데는 오래 걸리고, 안 쓰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꾸준히 하기보다는 했다가 말았다가, 생각날 때 다시 하는 패턴을 반복한다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처음에 목돈을 들이더라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부담 없이 꺼내 쓸 수 있는 방식이 저에게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 기초부터 다시, 재미는 있었지만
그 학습 패스 안에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강의가 있었고, 영어 외의 다른 언어 강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놓은 지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에 단어부터 기본으로 시작했고, 유아용 영어 동화 강의부터 들어보았습니다. 듣고 따라 하고,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는 방식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기초 회화 강의를 들었습니다. 자주 쓰는 문장에서 단어만 바꿔가며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방식이었는데, 이것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그 강의가 기초 수준에서 끝나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강의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틈틈이 단어 학습도 매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결국 다시 쉬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영어는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서 계속 사용해야 느는데, 공부할 때만 잠깐 기억했다가 하루 종일 쓸 일이 없으니 자꾸 잊어버렸습니다. 단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쉬고, 문득 생각나면 다시 들여다보고, 지금은 또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아쉽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돈을 내고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입해 두었으니, 언제든 마음이 내킬 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여러 가지를 배워온 방식도 결국 이랬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끝을 보지 못하더라도,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로 남겨두는 것. 그것도 저에게는 나쁘지 않은 배움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무언가를 배울 때 늘 '완벽하게 끝을 봐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격증을 딸 때도 그랬고, 이번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꼭 유창하게 말할 수 있어야만 배움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잠깐이라도 다시 시작할 때마다 예전에 익혔던 단어나 표현이 조금씩 떠오르는 것을 보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근 전 1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무언가로 채우려 했던 그 마음 자체가, 어쩌면 결과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잠시 멈춰 있지만, 언젠가 다시 그 1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날이 오면 저는 또 그 학습 패스를 열어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