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저는 몸을 움직이는 단순노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생각만 하다가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생산직 채용 공고에 여러 번 이력서를 넣었고, 그중 두 곳에서는 면접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생산직으로 직종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간호조무사, 보육교사처럼 다른 일을 해 보려고 여러 공부를 하고도 저는 늘 결국엔 사무직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사무직으로 돌아올 때마다 늘 마음 한편에 있었던 이 도전의 과정을 이번에는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 예상하지 못했던 면접 질문
첫 번째 회사의 면접은 여러 명의 지원자를 한 줄로 세워놓고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 사람씩 짧게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는데, 제 차례가 되었을 때 면접관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서 왜 생산직을 하려고 하세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력서에 적힌 학력을 보고 나온 질문이었겠지만, 저는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자리에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더 늦기 전에 생산직으로 자리를 잡아 오래 일하고 싶다는 말만 겨우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사무직에 있던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지?' 하는 시선을 받는 것 같았고, 그 시선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지원한 것인데, 상대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습니다. 그날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 불합격 며칠 뒤 걸려온 전화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그 회사에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나올 수 있냐는 연락이었습니다.
한 번 불합격을 준 곳에서 갑자기 다시 연락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자리에 사람이 자주 빠진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생산직은 사람이 자주 나가고 자주 뽑는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급하게 사람을 구하다 보니 한 번 떨어뜨렸던 지원자에게까지 다시 연락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 자리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미 다른 곳에 취직했다고 둘러대고 가지 않았습니다. 애써 지원했던 곳이었지만, 그 전화 한 통이 오히려 그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지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 현장 견학에서 느낀 두려움
다른 한 곳은 면접이 끝난 뒤 지원자들을 모아 생산 현장을 직접 견학시켜 주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류나 면접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 분위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들어서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여러 대의 기계와 공구들이 놓여 있었고, 곳곳에서 쇳소리가 났으며, 사용할 소재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내가 정말 여기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머리로 생각했던 생산직의 이미지와 실제로 눈앞에서 마주한 현장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기대보다는 무섭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고, 그 감정은 견학이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현장을 보고 난 뒤로 저는 더 이상 생산직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돌이켜보면 저는 생산직이라는 일을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 정신적으로는 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을 뿐, 실제로 그 일이 저에게 맞는지는 전혀 확인해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받은 예상 밖의 질문, 다시 걸려 온 채용 전화, 그리고 실제 현장의 분위기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나서야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보지 않고서는, 혹은 최소한 가까이서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생산직에 대한 도전은 결국 이어지지 못했지만,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무직을 이어 가는 데에는, 이렇게 직접 부딪혀보고 나서야 알게 된 저의 한계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