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후 다시 일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나이와 경력의 벽을 자주 느꼈습니다. 경력은 제가 쌓아 오지 못한 부분이니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나이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구직활동을 하면서 마주했던 나이와 경력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 나이 때문에 지나쳐야 했던 구인공고
예전에는 구인공고에 나이나 성별을 지원 조건으로 적어 두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라도 나이 때문에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공고가 마음에 들어도 지원자격에 나이가 적혀 있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이가 적힌 공고를 넘길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한 칸씩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구인공고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고에서 나이 조건이 사라진 뒤에도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적혀 있지 않을 뿐, 보이지 않는 기준이 여전히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원서를 낼 때마다 '이번에는 나이를 보고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혼자 짐작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경력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내세울 만한 경력이 부족한 것은 제가 그동안 열심히 만들어 놓지 않은 탓도 있으니, 어느 정도는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경력 때문에 벽을 느낄 때도 '내가 쌓아 놓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직활동을 할수록 나이가 생각보다 큰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면접마다 받았던 나이에 대한 질문
경력단절 후에는 주로 신입으로 지원했는데, 면접을 보러 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본인보다 어린 직원과 함께 일할 수 있겠느냐", "나이 어린 직원이 상사라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사에서는 나이보다 경력과 직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이 상사라면 상사로 대하면 되고, 직급이 없더라도 먼저 입사한 직원이라면 선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보다 어린 상사와 일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꼬박꼬박 직급을 붙여 부르며 업무적으로 상사로 대했습니다. 나이와 회사에서의 관계는 별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늘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나이는 회사생활의 기준이 아니며, 직급과 업무상의 관계에 맞게 대할 수 있다고요.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예상하지 못해서 잠깐 머뭇거렸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질문이 몇 번 반복되자 면접을 보러 가기 전부터 '오늘도 그 질문이 나오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답은 늘 같았지만, 같은 대답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제 생각이 더 분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나이는 정말로 회사생활의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 질문 뒤에 남았던 생각
그런데 면접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부분까지 걱정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나이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 자체가 기분 나빴다기보다는,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오면서 나이라는 조건을 처음으로 의식하게 된 순간들이었습니다.
● 경력직 대신 신입을 선택한 이유
저는 사무직으로 여러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경력을 특별한 전문 경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왔다기보다는 여러 회사에서 근무한 시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구직활동을 할 때도 경력직보다는 신입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력직으로 지원한다고 급여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할 만큼 자신 있게 내세울 경력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 편이 마음은 편했습니다.
신입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가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기가 조금 더 쉬웠습니다. 회사마다 쓰는 프로그램이나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여러 회사를 다녔어도 새 회사에 가면 다시 배워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엑셀이나 회계처럼 늘 부족하다고 느끼던 부분도, 신입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익힌다는 마음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어린 선배에게 업무를 묻는 일도 저에게는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입으로 지원한다고 고민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경력직으로 지원하면 내세울 전문성이 부족했고, 신입으로 지원하면 나이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 지금의 나로 할 수 있는 일
경력단절 후의 구직활동은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과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일을 쉬는 동안에도 그냥 멈춰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간호조무사], 보육교사, [도배]처럼 다른 일을 해 보려고 여러 가지를 배웠고, [생산직에 지원해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부분 사무직으로 돌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일을 버틸 수 있고 어떤 일은 어려워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이력서에 다 적을 수는 없어도, 그 시간들이 지금 제가 지원할 곳을 고르는 기준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구직활동을 하면서 나이와 경력의 벽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나이를 되돌릴 수도, 지나간 경력을 다시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그 벽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하기보다는 제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아보려고 합니다. 나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